미국 개발자 시장의 충격적 변화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최고의 개발자를 양성하는 카네기 멜론 대학(CMU)의 취업률이 3년 전 300%에서 작년 50%로 급락했다는 것이다. 스탠포드, MIT 같은 명문대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게 얼마나 극적인 변화인지 생각해보자. 불과 2-3년 전만 해도 개발자는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였다. 코로나 시기에는 직장을 2-3번만 옮겨도 연봉이 200% 올라갈 정도로 개발자가 부족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에서 개발자가 남아돌아서 대량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6000명, 구글이 3000명을 한꺼번에 해고했고,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만 30만 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기존 직원도 내보내는 상황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리 없다. 한국도 2-3년 후에는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AI 에이전트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런 변화를 이끄는 AI 에이전트는 정확히 무엇일까? 에이전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불안하다. 사람을 대체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에이전트를 이해하려면 우리 주변의 에이전시들을 생각해보면 된다. 여행에이전시는 여행의 모든 과정을 설계하고, 항공편 예약부터 일정 계획, 문제 해결까지 담당한다. 부동산 에이전시는 중개 업무를 전담하고, 연예 에이전시는 기획부터 양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까지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사람의 업무를 대행하고, 기획하고, 실행하고, 책임지며, 전문성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성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체계적인 업무 프로세스로 수행한다.
AI 에이전트는 바로 이런 일들을 인공지능이 사람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을 대행해서 행동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대한 위험 관리를 하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인공지능이다.
AI 발전의 3단계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제시한 AI 발전 단계를 보면 현재 상황이 명확해진다.
1단계는 Perception AI(인식 AI)다. 음성 인식, 이미지 인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단계는 Generative AI(생성 AI)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ChatGPT, 달리 같은 서비스들이다. 텍스트, 이미지, 음악을 생성한다.
3단계가 바로 Agentic AI(에이전트 AI)다. 사람을 대신해서 업무 프로세스를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자동화하는 단계다.
젠슨 황은 특히 코딩 어시스턴트, 고객 서비스, 환자 케어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개를 하는 모든 산업이 AI 에이전트에 의해 엄청난 혁신 또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hatGPT와 AI 에이전트의 차이
ChatGPT는 사용자가 질문하면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사전에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한다. 데이터가 데이터를 생성하는 구조다.
하지만 ChatGPT에는 한계가 있다. 거짓말을 하는 할루시네이션 현상이 있고, 최신 정보를 모르면 답변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퍼플렉시티 같은 검색형 인공지능이다. 실시간으로 검색해서 정보를 찾고, 자신이 학습한 내용과 결합해서 답변을 생성한다.
AI 에이전트는 훨씬 복잡하다. 질문을 받으면 계획을 세우고, 다른 도구와 다른 인공지능과 소통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전문 에이전트가 "이스라엘 전쟁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정치 관련 AI, 증권 관련 AI와 협업하고, 차트 툴을 호출해서 종합적인 분석을 제공한다. 심지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거래까지 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의 협업 시스템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협업하려면 어떻게 찾고 소통할까? 이를 위해 일종의 '인공지능 잡사이트'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MCP(Model Context Protocol)와 A2A(Agent to Agent) 프로토콜이다. MCP는 클로드를 만든 앤트로픽에서 제안했는데, 전 세계 표준이 되었다. 구글도 A2A라는 프로토콜을 만들어서 여러 에이전트가 협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마스터 에이전트가 있고, 그 아래에 여행 일정을 짜는 에이전트, 비행기표를 예약하는 에이전트, 식당을 예약하는 에이전트들이 조직화되어 일을 처리한다. 마치 회사 조직처럼 스스로 역할을 분담하고 협업하는 것이다.
1인 기업 시대의 도래
이런 시스템이 완성되면 사실상 사람 한 명이 회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1인 또는 소규모 회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커서(Cursor)라는 회사다. 직원이 20명뿐인데 매출이 1000억 원이 넘는다. 최근에는 혼자 창업해서 매출 50억-100억 원을 올리는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AI를 활용해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위기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80%가 해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이 해고된 직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업무를 보면 계획 수립, 설계, 개발, 테스트, 배포, 유지보수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모두 체계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지식이 필요한 일들이다. 바로 AI 에이전트가 대체하기 좋은 영역이다.
아이러니하게도 AI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AI에 의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직업이 되고 있다.
변호사와 의료진도 예외가 아니다
변호사 업무도 마찬가지다. 케이스 분석, 조사, 문서 작성, 이슈 발견 등은 모두 지적 노동의 프로세스다. 영국에서는 이미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로펌이 정부 승인을 받았다. 대표이사 한 명만 변호사이고, 나머지는 모두 AI로 운영한다.
의료 분야도 변화하고 있다. 진단, 처방, 수술의 일부까지 AI가 담당하고, 의사는 AI의 판단을 검토하고 최종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역할로 바뀌고 있다. 대신 환자와의 소통, 상담, 정서적 지원 같은 인간적인 부분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R&D와 특허 분야의 변화
바이오나 신약 개발 분야는 AI 없이는 미래 경쟁력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mRNA 백신이나 개인 맞춤형 항암백신 같은 것들은 개인의 유전자에 기반하기 때문에 사람이 처리하기 거의 불가능하다.
새로운 소재 개발이나 창의적인 과학 연구도 AI가 대체하고 있다. R&D 프로세스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AI 에이전트가 대부분을 담당하게 된다.
특허 분야도 마찬가지다. 변리사들이 겉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뒤에서는 ChatGPT나 Claude 같은 도구를 활용해서 특허를 작성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양극화의 역설
역사를 보면 산업혁명마다 1인당 GDP는 증가했지만, 근무 시간은 줄어들었다. 2차 산업혁명 때는 주당 근무시간이 60시간에서 40시간으로, 3차 산업혁명 때는 34시간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AI 혁명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이다.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1인당 부는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양극화다.
1980년대부터 중산층의 소득은 정체되었다. 1인당 GDP는 올랐지만 중산층은 멈춰있었다는 것은 부자들이 엄청나게 더 부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AI 시대에는 이런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AI에 투자하고, AI를 소유하고, AI로 돈을 버는 수단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부자가 될 것이다. 반면 AI에 의해 대체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
미래 직업의 방향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완전히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보다는, 같은 일을 다른 방식으로 하게 될 것이다.
교육을 예로 들어보자. 미래에는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AI 튜터가 생길 것이다. 수학을 깊이 배워야 하는 학생에게는 고난도 수학을, 개념만 알면 되는 학생에게는 기초 수준을 가르칠 것이다.
그럼 선생님이 없어질까? 아니다. 선생님은 연애상담, 교우관계 상담, 진로 코칭, 인생 멘토링 같은 인간적인 역할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AI가 진단과 처방을 담당하면, 의사는 환자와의 소통, 가족 상담, 정서적 지원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된다.
몸으로 하는 일의 가치
흥미롭게도 몸으로 하는 일들이 오히려 더 가치 있어질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배관공들은 BMW를 몰고 다닌다. 한 시간 일하고 500달러(약 70만 원)를 받는다. 하루에 세 군데만 가도 200만 원이다.
왜 그럴까? 집마다 구조가 다 달라서 AI가 학습하기 어렵고, 현재로서는 인간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동차보다 100분의 1도 못 달리지만, 달리기 잘하는 사람이 택시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 비슷한 원리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
30년 후에는 두 종류의 택시가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 택시와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 대부분은 자율주행이겠지만, 외로워서 대화하고 싶거나, 관광 설명을 들으면서 이동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간 서비스'가 프리미엄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15년 전,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유튜버들은 엄청난 셀럽이 되었다.
미래의 직업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이 인간다운 경쟁력을 가진 부분, 즉 감정, 공감, 창의성, 관계 형성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AI 에이전트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를 찾고 개발하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적인 것의 가치가 더욱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