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면접장에서 마주하게 될 상대는 인간이 아닌 AI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대한 구직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부정적이다. 심지어 일부는 실업 상태를 감수하더라도 AI 면접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AI 면접의 현실: 구직자들의 생생한 경험담
포춘지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구직자들은 AI 면접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3개월째 구직 중인 베테랑 작가 겸 편집자인 데브라 보차드(Debra Borchardt)는 "지금 구직 활동 자체가 너무나 사기를 꺾고 영혼을 빨아들이는 일인데, 여기에 추가적인 모욕까지 감수하는 것은 선을 넘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녀의 경험은 많은 구직자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면접이 정상적으로 시작되는 듯했지만, 실제 면접 과정에서 로봇이 단순히 이력서 내용을 반복해서 묻는 것에 실망감을 느꼈다. 결국 10분도 채 되지 않아 면접을 중단하고 나왔다고 한다.
아마존과 일렉트로닉 아츠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56세 기술 작가 앨런 라우쉬(Allen Rausch)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최근 2개월간의 구직 활동 중 세 번이나 AI 면접을 경험했는데, 모두 여성 캐릭터 아바타가 등장하는 25분짜리 면접이었다. 하지만 AI는 회사 문화나 세부 사항에 대한 그의 질문에는 전혀 답변할 수 없었다.
기업 입장에서 본 AI 면접의 필요성
반면 기업과 HR 담당자들은 AI 면접을 반기고 있다. 이는 현실적인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디드(Indeed)의 직장 트렌드 편집자 프리야 라토드(Priya Rathod)는 "고용량 채용에서 초기 단계 스크리닝을 위해 점점 더 일반화되고 있다"며 "고객 서비스, 소매업, 초급 기술직 등에서 이런 현상을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HR 팀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채용 담당자들은 한 개의 포지션에 수천 명의 지원자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최적의 지원자를 필터링하고, 면접 일정을 잡고, 다음 단계에 대한 연락을 자동화하는 등의 업무를 처리해주는 구세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AI 면접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의 CEO 아담 잭슨(Adam Jackson)은 "진실은, 일자리를 원한다면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라며 "구직자 커뮤니티의 상당 부분이 이를 전면적으로 거부한다면, 우리 고객들이 이 도구를 유용하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면접 기술의 현주소와 한계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AI 면접관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구직자들이 경험한 것 중에는 단조로운 로봇 음성과 어색한 여성 아바타를 사용하는 것들이 있는 반면, 브레인트러스트 같은 회사는 얼굴 없는 봇에 더 자연스러운 음성을 사용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잭슨 CEO는 AI 면접관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인정했다. "AI가 100번의 면접을 진행하면, 최고의 10명을 채용 담당자에게 넘겨주고, 그 다음부터는 인간이 맡는다"며 "AI는 객관적인 기술 평가에는 뛰어나다. 인간보다도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문화적 적합성에 관해서는 AI에게 맡기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직자들이 느끼는 근본적인 문제점
구직자들이 AI 면접을 거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 불편함 때문만은 아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회사 문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재 머피 그룹(Murphy Group)에서 근무하는 알렉스 콥(Alex Cobb)은 "AI 면접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비용 절감 목적이 더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회사가 내 학습과 발전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다고 느끼게 만든다"며 "회사 문화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로봇이 이미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미래에 일자리를 줄일 것인가? 또 무엇을 아웃소싱할 것인가?"라는 우려를 표했다.
이런 반응은 매우 이해할 만하다. 면접은 단순히 기술과 경험을 평가하는 과정이 아니라, 상호 간의 문화적 적합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소통의 장이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인간의 미묘한 감정이나 동기, 가치관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전문가 관점에서 본 AI 면접의 미래
컴퓨터학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AI 면접 기술은 분명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대량 채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초기 스크리닝 과정을 자동화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AI 기술로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문화적 뉘앙스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더 중요한 것은 구현 방식이다. 현재 많은 AI 면접 시스템들이 단순히 이력서 내용을 반복해서 묻거나, 정형화된 질문만을 던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AI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효과적인 AI 면접 시스템이 되려면, 지원자의 답변을 바탕으로 적절한 후속 질문을 생성하고, 개인의 경험과 역량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원자가 회사에 대해 궁금해하는 점들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정보는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바람직한 AI 면접 활용 방안
AI 면접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투명성이다. 지원자들에게 AI 면접이 진행될 것임을 미리 알리고, 그 목적과 후속 과정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라우쉬가 언급했듯이, "초기 정보 수집을 위한 것이며, 이후에는 반드시 인간과의 면접이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필요하다.
둘째,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현재처럼 단순히 이력서를 읽어주는 수준이 아니라, 지원자의 답변을 이해하고 적절한 후속 질문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해야 한다.
셋째, 인간 면접과의 적절한 조합이다. AI는 객관적 기술 평가에 특화하고, 문화적 적합성이나 창의성 평가는 여전히 인간이 담당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현실적이다.
결론: 기술과 인간성의 균형점 찾기
AI 면접 기술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하지만 현재의 구현 방식과 구직자들의 반응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은 효율성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원자 경험(candidate experience)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구직자들의 우려는 단순한 기술 거부감이 아니라, 인간적 대우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면접은 기업과 지원자가 서로를 알아가는 소중한 기회인데, 이를 완전히 기계에 맡기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손실이 될 수 있다.
앞으로 AI 면접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점차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기업들이 AI 면접을 도입할 때 지원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인간적 터치를 잃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좋은 인재를 찾고 좋은 회사를 만나는 것은 기술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이해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