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ty 6.1과 6.2에서 공개된 그래픽스 관련 업데이트들을 살펴보면, 게임 개발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주목할 만한 네 가지 핵심 기능은 Mesh LOD, VRS(Variable Rate Shading), Deferred+, 그리고 WebGPU다. 각각의 기능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개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Mesh LOD: 자동화된 최적화의 혁신
LOD(Level of Detail)는 게임 개발에서 성능 최적화를 위한 핵심 기법이다. 객체가 카메라에서 멀어질수록 낮은 품질의 모델을 사용해서 렌더링 부하를 줄이는 방식인데, 기존에는 외부 툴에서 여러 단계의 모델을 직접 만들어야 했다.
Unity 6.1의 Mesh LOD는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완전히 자동화했다. 모델을 임포트할 때 "Generate Mesh LOD" 옵션만 체크하면, Unity가 알아서 11단계의 LOD 레벨을 생성한다. 더 놀라운 점은 메모리 효율성이다. 기존 LOD Group 방식은 각 레벨마다 별도의 메시 데이터가 필요했지만, Mesh LOD는 하나의 버텍스 버퍼를 공유하고 인덱스 버퍼만 다르게 구성한다.
예를 들어, 30,000개의 버텍스를 가진 모델에서 LOD 레벨이 바뀌어도 버텍스 수는 그대로 유지되고, 삼각형 개수만 30,000개에서 24,000개, 13,000개로 줄어든다. 이는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절약하면서도 시각적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나무나 풀처럼 알파 테스트를 사용하는 오브젝트들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것이 좋다. 자동 생성된 LOD는 형태가 단순한 오브젝트에서는 효과적이지만, 복잡한 구조에서는 시각적 품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VRS: 픽셀 오버헤드를 줄이는 지능적 렌더링
Variable Rate Shading(VRS)은 화면의 각 영역마다 다른 해상도로 렌더링하는 기법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부분이나 UI로 가려진 부분은 낮은 해상도로, 중요한 부분은 원래 해상도로 렌더링해서 전체적인 성능을 향상시킨다.
Unity에서 제공하는 샘플 프로젝트를 보면, 모션 벡터를 활용해서 움직임이 빠른 영역을 파란색(16픽셀 묶음 처리), 정적인 영역을 빨간색(1:1 해상도)으로 구분한다. 레이싱 게임에서 차량이 빠르게 달릴 때 화면 가장자리는 어차피 흐릿하게 보이니까, 그 부분의 렌더링 품질을 낮춰서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다.
VRS의 핵심은 룩업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다. 어떤 픽셀을 어떤 색상(해상도)으로 처리할지 결정하는 것은 개발자의 몫이다. 모션 벡터 외에도 중요한 캐릭터가 있는 영역은 빨간색, 배경은 파란색으로 처리하는 등 게임의 특성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다만 DirectX 12, Vulkan을 지원하는 Android, 일부 콘솔 플랫폼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모든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은 아니지만, 지원되는 플랫폼에서는 상당한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WebGPU: 웹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
WebGPU는 기존 WebGL을 대체할 차세대 웹 그래픽스 API다.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WebGL에서는 불가능했던 컴퓨트 셰이더, GPU 스키닝, VFX 그래프 등을 웹 브라우저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WebGPU의 특이한 점은 내부적으로 Metal, Vulkan, DirectX 12 같은 네이티브 그래픽스 API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즉, WebGPU는 이런 차세대 API들의 래퍼 역할을 하면서, 웹 환경에서도 네이티브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게 해준다.
Unity에서 제공하는 WebGPU 샘플들을 보면 정말 놀랍다. 별도의 설치 과정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바로 트리플 A급 퀄리티의 게임이 실행된다. 인구 분포 시각화, 다양한 렌더링 패스 비교 등 복잡한 그래픽스 작업들이 모바일 브라우저에서도 부드럽게 돌아간다.
하지만 아직은 브라우저 호환성이 완벽하지 않다. Chrome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Firefox나 Safari에서는 아직 지원이 불완전하다. 웹 표준이 정착되고 브라우저들이 WebGPU를 완전히 지원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Deferred+: 모바일에서도 가능한 디퍼드 렌더링
URP에 새로 추가된 Deferred+ 렌더링 패스는 기존의 Forward, Forward+, Deferred에 이어 네 번째 선택지다. 실시간 조명 처리를 위한 또 다른 접근 방식이다.
Forward 렌더링은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동적 조명 처리에 취약하다. URP에서는 객체당 최대 8개의 라이트로 제한해서 어느 정도 개선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Forward+ 렌더링은 클러스터 기반 조명 목록을 만들어서 객체당 라이트 제약을 없앴지만, 타일 연산 오버헤드가 발생한다.
Deferred 렌더링은 객체 렌더링과 조명 계산을 분리해서 동적 조명을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지만, G-Buffer 때문에 메모리 대역폭이 많이 필요해서 모바일에서는 권장되지 않았다.
Deferred+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디퍼드 렌더링에 클러스터 기반 조명 처리를 결합했다. 기존 Deferred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메모리 대역폭과 GPU 효율성을 개선한 것이다. 이제 모바일에서도 디퍼드 렌더링을 고려해볼 수 있게 되었다.
개발자 관점에서의 평가와 전망
이번 Unity 6.2 업데이트를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성능 최적화와 개발 편의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특히 Mesh LOD의 자동화는 정말 혁신적이다. 기존에 외부 툴에서 수작업으로 해야 했던 작업을 Unity 내에서 클릭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모든 기능이 만능은 아니다. Mesh LOD는 단순한 형태의 오브젝트에서는 효과적이지만, 복잡한 구조에서는 여전히 수작업이 필요하다. VRS는 성능 향상이 뛰어나지만 플랫폼 제약이 있고, WebGPU는 미래가 밝지만 현재는 브라우저 호환성 문제가 있다.
결국 이런 새로운 기능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개발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프로젝트의 특성, 타겟 플랫폼, 성능 요구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적절한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Unity가 제공하는 다양한 렌더링 패스들(Forward, Forward+, Deferred, Deferred+)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최신 기술이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게임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동적 조명이 많지 않다면 전통적인 Forward 렌더링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마무리하며
Unity 6.2의 그래픽스 업데이트는 게임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자동화된 LOD 생성, 지능적인 픽셀 렌더링, 웹에서의 네이티브급 성능, 모바일 친화적인 디퍼드 렌더링까지, 각각이 게임 개발의 특정 영역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들이다.
하지만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이런 새로운 기능들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플레이어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지가 진짜 중요한 문제다. Unity 6.1은 그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더 강력하고 편리한 도구들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이런 기술들이 어떻게 발전하고, 게임 개발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특히 WebGPU가 완전히 정착되면 웹 게임의 품질이 네이티브 게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