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thropic의 Claude 훈련 방식 공개: 수백만 권의 책을 자르고 해적판까지 다운로드했다

최근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윌리엄 알섭(William Alsup) 판사가 AI 저작권 소송에서 내린 판결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판결을 통해 Anthropic이 자사의 AI 챗봇 Claude를 훈련시키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는지가 상세히 드러났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수백만 권의 책을 물리적으로 해체한 Anthropic

판사의 판결문에 따르면, Anthropic은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중고 도서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그리고 이 책들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놀랍게도 회사는 이 책들의 제본을 뜯어내고, 페이지를 잘라내어 디지털 파일로 스캔했다. 이 과정을 판사는 "파괴적 스캔(destructively scanned)"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디지털화된 후 원본 도서들은 버려졌고, 디지털 버전만이 회사 내부의 "연구 도서관"에 저장되었다. 이는 마치 도서관의 모든 책을 스캔한 후 원본을 폐기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상당히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AI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백만 권의 책이 물리적으로 파괴되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책이라는 물리적 매체가 가진 고유한 가치와 의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해적판 도서 700만 권 다운로드의 충격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Anthropic이 해적판 도서까지 활용했다는 점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Anthropic의 공동창립자 벤 만(Ben Mann)은 2021년에 Library Genesis에서 최소 500만 권의 해적판 도서를 다운로드했다. 그리고 1년 후인 2022년에는 Pirate Library Mirror에서 추가로 200만 권을 다운로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이 이 자료들이 해적판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판사는 Anthropic이 "법적/실무적/사업적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책을 "훔치는" 것을 선호했다고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의 말을 인용해 표현했다.

이는 단순한 실수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저작권 침해였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Library Genesis와 Pirate Library Mirror는 저작권을 무시하고 책을 무료로 배포하는 대표적인 해적판 사이트들이다.

⚖️ 판사의 이분법적 판결: 구매한 책은 공정이용, 해적판은 불법

알섭 판사는 이 사건에서 매우 흥미로운 이분법적 판결을 내렸다.

구매한 책의 디지털화는 공정이용이라고 판단했다. 판사는 "Anthropic의 대형언어모델들은 작품들을 복제하거나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여 다른 것을 창조하기 위해 훈련되었다"고 설명했다. 마치 작가가 되고자 하는 독자가 다른 작품들을 읽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사용했다.

또한 구매한 인쇄본을 더 편리하고 공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검색 가능한 디지털 사본으로 교체한 것일 뿐, 새로운 사본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작품을 만들거나 기존 사본을 재배포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해적판 사용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선을 그었다. "Anthropic은 중앙 도서관을 위해 해적판 사본을 사용할 권리가 없었다"며, "영구적이고 범용적인 도서관을 만드는 것 자체가 Anthropic의 해적행위를 면제하는 공정이용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AI 저작권 논쟁의 새로운 전환점

이번 판결은 AI 저작권 논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AI 회사들과 창작자들 사이에는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어 혼란이 계속되었다.

AI 회사들은 자신들의 훈련 방식이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고, 창작자들은 이를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반박해왔다. 이번 판결은 이 논쟁에서 하나의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했다.

특히 "합법적으로 구매한 자료의 변환적 사용"과 "불법 복제물의 사용"을 명확히 구분한 것은 향후 유사한 사건들에서 중요한 판례가 될 것이다.

최근 디즈니가 AI 이미지 생성기 Midjourney를 상대로 "스타워즈"부터 "심슨 가족"까지 유명 캐릭터들을 무단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처럼, AI와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개인적 견해: 기술 발전과 윤리적 책임의 균형

이번 사건을 보면서 AI 기술 발전과 윤리적 책임 사이의 균형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AI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가져다줄 혜택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저작권 제한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실제로 공정이용 원칙은 이런 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창작자들의 권리와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의도적으로 해적판을 사용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잘못이다.

더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Anthropic이 이런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나기 전까지 일반 대중은 이를 알 수 없었다. AI 회사들은 자신들의 훈련 데이터 수집 방식에 대해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앞으로의 전망과 시사점

이번 판결이 AI 업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AI 회사들은 앞으로 훈련 데이터 수집에서 더욱 신중해질 것이다. 합법적으로 구매한 자료와 불법 복제물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기준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창작자들과 AI 회사들 사이의 협상에서 새로운 기준점이 생겼다. 단순히 "모든 사용이 불법"이거나 "모든 사용이 합법"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셋째, 정부와 입법부는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저작권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의 저작권법만으로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Anthropic의 Claude 훈련 방식에 대한 이번 판결은 AI 저작권 논쟁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합법적으로 구매한 자료의 변환적 사용은 공정이용으로 인정받았지만, 해적판 사용은 명백한 불법으로 판단되었다.

이는 AI 기술 발전과 창작자 권리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앞으로 AI 회사들은 더욱 투명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할 것이며, 창작자들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건설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 발전이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AI가 인류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기술적 혁신과 함께 윤리적 책임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