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30일 수요일

메타의 전략적 인재 영입, 애플 AI의 위기와 미래 전망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AI 인재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메타(Meta)가 애플의 핵심 AI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애플의 AI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AI 인재 전쟁의 실상과 애플이 직면한 위기,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다.


천재 한 명의 가치가 수만 명을 넘어서는 시대

OpenAI의 공동창업자였던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가 2024년 OpenAI를 떠나 설립한 스타트업 'Safe Superintelligence(SSI)'가 설립 직후 320억 달러(약 43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현대자동차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현상은 AI 시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과거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소수의 천재적인 개발자들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가 되었다. AI의 발전으로 인해 평범한 개발자들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대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소수의 인재들이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게 되었다.

애플 AI 팀의 대규모 이탈 사태

애플의 위기는 아이폰 판매 부진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2024년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에서도 아이폰이 1위를 차지했다. 진짜 문제는 AI 분야에서 핵심 인재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애플 AI 팀을 이끌던 로맹 팡(Romain Pang)의 메타 이직이었다. 프린스턴 대학 출신의 천재 AI 개발자인 그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심장인 시리(Siri)를 이끌던 핵심 인물이었다. 100명이 넘는 개발자로 구성된 파운데이션 팀의 총괄 책임자였던 그의 이탈은 외신에서도 "애플의 AI 브레인 드레인을 상징한다"고 평가받았다.

메타가 로맹 팡에게 제안한 보상은 무려 20억 달러(약 2,700억 원)였다. 이는 단순한 이직이 아니라 경쟁사의 핵심 프로젝트를 뿌리부터 흔드는 전략적 공격이었다. 로맹 팡뿐만 아니라 애플의 AI 수석 부사장인 존 지안드레아(John Giannandrea)도 올해 3월 시리 개발팀 수장에서 해임되었고, 부팀장을 맡던 톰 건터(Tom Gruber)도 회사를 떠났다.

저커버그의 복수와 메타의 전면전

마크 저커버그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2024년 4월 발표된 메타의 라마(Llama) 모델이 성능 면에서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언론의 혹평을 받은 저커버그는 극도로 분노했고, 다시 창업자 모드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팀을 해체하고 리더를 강등시키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현재 메타 직원들은 주말 반납하고 매일 야근을 하고 있다. 저커버그의 목표는 단순히 AI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 경쟁 자체를 끝내버리는 것이다. 그는 직접 수백 명의 AI 연구자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그들의 논문을 검토하며,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서 영입을 제안하고 있다.

AI 시대의 새로운 전쟁 양상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 미국의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CTO 크레이그 먼디가 공동 저술한 『새로운 질서』에서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실질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인지능력을 월등히 뛰어넘는 초지능을 손에 가진 나라는 기존의 바이러스를 절대무기 수준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0년 이란의 우라늄 원심분리기를 파괴했던 악성코드 스턱스넷(Stuxnet)처럼, 경쟁국의 과학시설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저자들은 "AI 시장에서 2위는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애플의 딜레마와 한계

현재 애플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AI 인재들이 더 이상 애플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뛰어난 개발자들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에게 배우려고 한다. 핵심 인재들이 떠난 애플에 누가 가고 싶어 할까?

"애플은 돈이 많으니까 스타트업을 인수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대전에서 승패는 물량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AI 전쟁의 승패는 돈으로 천재의 시간을 사는 것에서 나온다. 애플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미 떠난 인재들을 다시 데려오기는 쉽지 않다.

팀 쿡은 저커버그처럼 직접 AI 연구자들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과거 아이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작은 모델들의 가능성과 한계

물론 애플에게도 기회는 있다. 굳이 거대한 AI 모델을 만들지 않고 작은 모델들을 조합해서 애플이 정말 잘하는 세밀한 디테일을 적용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블렌딩(Blending) 기법을 사용한 연구에서 파라미터 60억 개 수준의 작은 모델들을 섞은 모델이 1,750억 개 파라미터의 GPT보다 훨씬 높은 성능을 보인 사례가 있다. 사용자 만족도는 약 50% 더 높았고, 거부율은 약 2.5% 낮았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에도 한계가 있다. 실제 상업화 시에는 데이터 편향 같은 변수들 때문에 할루시네이션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고, API 응답 속도나 비용 면에서 단일 모델보다 불리할 수 있다. 국내 AI 기업 리트(Wrtn)의 사례를 보면, 여러 모델을 섞어서 사용하는 방식은 API 비용 때문에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구글이라는 또 다른 강자

설령 애플이 메타를 이긴다고 해도, 그 앞에는 구글이 있다. 구글의 제미나이 2.0은 현재 대부분의 주요 LLM들과 비교해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전자 분야에서 권위 있는 IEEE에서도 구글이 메타와 OpenAI보다 더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OpenAI가 기술혁신과 기업 수익을 동시에 잡으려다가 정체되어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하나의 목표에 포커스하는 전략과 여러 개를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은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HBM에 포커스했던 SK하이닉스가 이것저것 다 잡으려고 했던 삼성전자를 이긴 것처럼 말이다.

애플 내부의 사기 저하와 리더십 위기

가장 치명적인 점은 애플 경영진조차 자사의 AI 기술이 경쟁사 대비 열등하다고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 수석 부사장인 존 지안드레아와 애플 비전 프로 개발을 이끈 마이크 로켓 부사장도 애플 AI가 경쟁사 대비 열등하다고 말했다.

리더조차 자신들의 무기를 믿지 않는다면, 어떤 병사가 목숨을 걸고 싸우겠는가? 2024년 6월에는 애플 실리콘 머신러닝 프레임워크 팀이 집단 사표를 내겠다며 회사를 뒤흔든 사건까지 터졌다.

메타의 지속적인 공격

메타는 수츠케버의 SSI 인수에 실패하자 아예 그 공동창업자인 다니엘 그로스를 영입했다. 데이터 라벨링 기업 스케일 AI에 143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인 알렉산드로 왕도 영입했다.

저커버그는 자신이 미디어 기업의 수장이 아니라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는 AGI를 가장 먼저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시리를 외주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로 OpenAI나 앤스로픽과 외주 계약을 검토 중이다.

애플의 구조적 한계

애플의 성공 공식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앱 유통,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수직적 통합 덕분이었다. 하지만 최고의 AI 모델을 만들려면 방대한 클라우드 컴퓨팅과 사용자 데이터가 필수인데, 이는 애플의 프라이버시 우선 정책과 온디바이스 AI 처리 방침과 정면 충돌한다.

아이클라우드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데이터를 저장하는 클라우드와 AI 연산을 처리하는 클라우드는 다른 개념이다. 애플은 자신들의 신념 때문에 제대로 된 AI를 만들지 못하게 되자, 결국 OpenAI나 앤스로픽의 AI 모델을 시리에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얀 르쿤의 월드 모델과 차세대 AI

더 심각한 건 메타에 있는 얀 르쿤(Yann LeCun)의 존재다. 딥러닝의 아버지 중 한 명인 그는 LLM이 AGI로 가는 길이 아니라고 비판하면서, 진정한 AGI는 텍스트가 아닌 시각적 데이터로 세상을 학습하는 '월드 모델'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월드 모델은 단순히 데이터를 암기한 후 패턴을 학습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세상의 동작 원리를 스스로 모델링해서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될까?"를 스스로 학습하면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메타가 LLM 이후의 전쟁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LLM의 시대는 앞으로 3~5년 내로 끝날 것이고, 다음 단계에서는 정부와 빅테크들이 월드 모델 기반의 AI로 전환할 것이다.

기존 LLM은 책을 정말 많이 읽은 사람과 같다. 지식은 많지만 실제 경험과 상상력이 부족하다. 월드 모델은 상상력도 풍부하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잘하는 사람과 같다. 후자가 훨씬 복잡한 상황에서 수많은 변수들 사이에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한국의 AI 전략에 대한 우려

한국 역시 지금 막 LLM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LLM을 내놓을 때쯤이면 빅테크들은 이미 월드 모델로 진화해서 우리는 여전히 뒤처진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술 발전의 속도와 투자 규모의 차이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차세대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현세대 기술을 따라잡으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에게 남은 선택지

그렇다면 애플에게 남은 길은 무엇일까? 『새로운 질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애플이 AI 왕좌에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애플이 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은 OpenAI나 앤스로픽, 혹은 메타가 만든 AI 엔진을 가져와서 자신들의 뛰어난 UI/UX로 포장해서 파는 것이다. 이는 애플이 과거 다른 분야에서 성공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혁신적인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기술을 더 사용하기 쉽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애플의 강점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AI 시대에는 기술 자체가 차별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결론: 문명의 흥망성쇠와 새로운 질서

헨리 키신저가 1999년 『외교관』에서 한 말이 오늘날 애플의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 "모든 문명은 아무리 장대해도 결국엔 일시적이다."

한때 세계 최고였던 애플도 AI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앞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메타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과 차세대 기술 개발, 구글의 기술적 우위, 그리고 애플 내부의 구조적 한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애플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물론 아직 승부가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 기술의 발전은 예측하기 어렵고, 애플도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생태계, 그리고 막대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애플은 AI 시대의 주도권을 다른 기업들에게 내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AI 시대는 단순히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체의 재편을 의미한다. 과거의 성공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어떤 기업이 살아남고 번영할지는 앞으로 몇 년 안에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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