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7 기업들의 수십조 원 AI 투자, 그 이면의 진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쏟아붓고 있는 수십조 원의 투자금이 화제다. 하지만 이들이 자선사업을 하는 건 아니다. 기업은 결국 수익을 내야 하고, 투자한 만큼 회수해야 한다. 이는 곧 거대 자본이 집중적으로 투입된 영역을 중심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그 서비스 이용 비용이 높게 책정될 것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신약개발 분야에서 AI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압실러(Exscientia) 같은 업체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 AI를 활용해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개발된 약물의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을 것이다. 투입된 비용만큼 소비자에게 부과될 것이기 때문이다.
로봇수술을 생각해보자. 현재도 로봇수술은 일반 수술보다 훨씬 비싸고 의료보험 적용도 제한적이다. 암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로봇수술 2000만 원, 일반수술 500만 원"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경제적 여건에 따라 치료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AI로 애니메이션 제작하기: 새로운 부업의 가능성
AI가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AI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이다. 유튜브에서 AI로 만든 애니메이션 채널들이 상당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제작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먼저 ChatGPT에게 캐릭터 설정을 요청한다. 예를 들어 "피카를 주인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거야. 피카의 이름은 피지로 할게. AI 이미지 생성 툴 이용해서 만들려고 하는데 프롬프트를 작성해줘"라고 하면 상세한 프롬프트를 제공해준다.
이를 OpenAI의 DALL-E나 다른 이미지 생성 AI에 입력하면 원하는 캐릭터 이미지가 생성된다. 여기에 RunwayML 같은 AI 비디오 생성 툴을 사용하면 정적인 이미지를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들 수 있고, ElevenLabs 같은 AI 음성 생성 툴로 목소리까지 입힐 수 있다.
현대인의 도시생활을 주제로 한 피지의 이야기를 만든다면, "지하철 러시아워에서 월급 받고 살아가는 피지의 일상"이나 "청소 시작한 지 3분 만에 멘탈 종료되는 피지" 같은 현실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AI 교육 혁명: 개인 맞춤형 선생님의 등장
교육 분야에서도 AI의 활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구글의 I/O 행사에서 발표된 AI 에이전트 시연에서는 AI가 실시간으로 학생의 문제 풀이 과정을 관찰하고, 모르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맞춤형 설명을 제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AI의 교육 능력을 테스트해보면 놀라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수능 수학 문제를 AI에게 풀어달라고 하면, 단순히 정답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풀이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학생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추가로 설명해준다.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즉석에서 만들어 연습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19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AI 튜터로 공부한 그룹이 인간 선생님에게 배운 그룹보다 9% 높은 성취도를 보였다. 이는 AI가 개인 맞춤형 교육에서 인간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MIT 미디어랩의 연구에서는 다른 결과도 나왔다. ChatGPT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한 그룹은 초기에는 좋은 성과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취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AI에 의존하면서 실제 학습 능력이 저하된 것이다.
일자리 대체의 현실: 전문직도 예외가 아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경 미국에서 AI로 인해 일자리의 25%가 줄어들거나 다른 직업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 반복 업무가 아닌 고부가가치 전문직이 더 빠르게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업의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를 생각해보자. 이들의 업무는 거시경제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업별·섹터별 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AI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고, 패턴 분석과 예측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데 필요한 영상 데이터, 진료 기록 등을 AI가 분석하는 것이 인간보다 정확할 수 있다. 법률 분야에서도 미국의 Lex Machina 같은 기업이 이미 소송 승소 확률을 예측하는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AI 발전 단계를 4단계로 나누어 보면, 현재는 2단계(전문 모델)에서 3단계(AI 에이전트 모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 3단계에서는 AI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비서 역할을 하게 되고, 4단계에서는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단계에 이른다.
AI 시대의 학벌과 전공의 의미 변화
AI 시대에는 기존의 학벌과 전공의 의미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지식 습득 능력보다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을 AI가 대신 제공할 수 있다면, 그 분야를 전공했는지보다는 해당 분야의 AI 도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이는 기존의 학벌 중심 사회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부의 양극화 심화 우려
AI 기술 발전이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높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AI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 AI가 개발한 약물이나 의료 기술을 이용하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교육에서도 AI 튜터를 활용할 수 있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 간의 교육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지금이 적응의 골든타임
전문가들은 AI 특이점이 2030년대에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AI가 인간의 평균 능력을 넘어서는 시점을 의미한다.
다행히 아직은 늦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ChatGPT 이용자 수가 미국 다음으로 많을 정도로 AI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AI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AI는 이제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공기 없이는 살 수 없듯이, AI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격차는 향후 3-5년간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AI 시대는 위기이자 기회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AI 도구들을 학습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시작한다면 결코 늦지 않다. 오히려 AI가 보편화되기 전인 지금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일 수 있다. AI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