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 코딩 도구들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 투자자가 올린 도발적인 트윗이 개발자 커뮤니티에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손으로 농사짓는 고급 유기농 농부"에 비유하며 곧 "콤바인 수확기" 같은 기술 혁명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경험으로 본 AI 코딩 도구의 위력
이런 주장이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가 있다. Y Combinator의 파트너인 톰 블룸필드는 최근 2개월간 AI 코딩 도구들을 직접 사용해보며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는 먼저 Lava World, Replit 같은 노코드 툴로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6-9개월 전에 시도했을 때는 별로였던 도구들이 이번에는 놀라울 정도로 좋아져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 프로젝트였다. 20년간 Tumblr에서 운영하던 자신의 블로그를 완전히 새로 구축하는 작업을 기차 안에서 단 90분 만에 완료한 것이다. Claude를 사용해서 호스팅 설정부터 새로운 블로깅 소프트웨어 작성, 15년치 블로그 포스트 마이그레이션까지 모든 것을 해냈다.
하지만 진짜 충격적인 프로젝트는 RecipeNinja.ai였다. 이는 3만 5천 줄의 코드로 이루어진 본격적인 웹 애플리케이션으로, 수천 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완전한 인터랙티브 음성 에이전트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코드를 그는 단 한 줄도 직접 작성하지 않았다. 처음 5천 줄 이후로는 코드를 읽어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냥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자동 수락한 뒤 커피를 마시러 가면, 돌아왔을 때 새로운 기능이 완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급속한 변화
이런 변화는 개인적인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Y Combinator에서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데이터를 보면 변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 2년 전: AI 코딩 도구를 주로 사용하는 회사 비율 0%
- 1년 전: 25%
- 현재: 30-50%
이는 단순히 장난감 수준의 앱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수익을 내는 회사들이 이런 도구들을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박 논리들과 그에 대한 답변
이런 주장에 대해 두 가지 주요한 반박이 나왔다.
첫 번째는 "AI가 절대 전문적인 코드를 작성할 만큼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상태만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오류다. 도구 호출 능력 개선, 사용법 최적화, 그리고 기본 모델의 성능 향상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클레이 크리스텐슨의 "혁신자의 딜레마"에서 말하듯, 모든 혁신적 제품은 처음에는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빠른 개선 속도로 기존 제품을 추월하게 된다.
두 번째 반박은 더 정교했다. "제본스 패러독스"를 인용하며,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이 내려가면 수요가 더 크게 증가해서 전체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기가 저렴해질수록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 논리 자체는 맞다. 하지만 핵심은 그 늘어난 수요를 누가 충족하느냐는 것이다. 콤바인 수확기가 도입되었을 때 식량 생산량은 10배 늘었지만, 농부의 수는 1000배 줄어들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
미래에는 온디맨드 맞춤형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가 ChatGPT에 문제를 가져가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프로그램이 즉석에서 만들어진다. 사용자만을 위한 UI를 가진 임시 프로그램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사라지는 식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현재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직업은 5-10년 내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대신 AI 코딩 머신을 다루는 방법을 아는 똑똑한 사람들에 대한 수요는 있을 것이다. 이들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하는 일은 지금과 완전히 다를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초기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기계어를 작성하고 펀치카드를 만들었다. 지금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는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와 각종 도구들이 등장하면서 인간은 더 높은 수준의 추상화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AI 코딩 도구는 이런 추상화의 또 다른 단계일 뿐이다.
인간만의 고유 영역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몇 가지 후보가 있다.
첫 번째는 '에이전시(agency)' - 즉,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결정하는 능력이다. 두 번째는 '취향(taste)' - 무엇이 좋고 나쁜지 판단하는 능력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최고의 소프트웨어들을 보면, 대부분 그 제품을 만든 팀 뒤에 그 제품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집착하는 한 사람이 있다. AI 에이전트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좋은 아이디어와 문제를 찾는 미래에서, 과연 누가 그런 집착을 가질 수 있을까? AI에게 어떻게 그런 집착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명확한 방법론이 없다.
창업자들에게는 황금기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이런 도구들은 높은 주도성을 가진 개인들에게 슈퍼파워를 제공한다.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보다 좋은 시기는 없었을 것이다. 작년에 비해서도 훨씬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아이디어로 100만 달러, 1000만 달러, 1억 달러 수익에 도달하는 것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더 적은 자본으로 수익성에 도달할 수 있고, 시드 라운드만 받고도 시리즈 A나 B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실제로 2-3명의 엔지니어 팀이 예전에는 40명이 필요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제품 디자인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나쁜 디자인이나 사용자 경험의 많은 부분이 팀 간 인터페이스나 소유권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발생하는데, 이런 문제들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식 노동 분야로의 확산
이런 변화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법률, 의료, 회계 등 다른 지식 노동 분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 팀이 만든 Gora라는 회사는 법률 분야의 AI 도구를 개발했다. 기존에는 "변호사들은 절대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는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시간당 요금을 받는 변호사들에게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는 오히려 수입 감소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산업이 AI의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모든 투자자가 이사회에서 AI가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을 묻고 있고, 모든 이사회 구성원이 경영진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AI를 활용하지 않는 것이 경쟁 열세로 이어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변호사를 고용하지 않는 것처럼,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 것처럼, 곧 AI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전문가들은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다.
전환기의 도전과 기회
이런 변화가 가져올 미래는 분명히 더 나은 세상이다. 지식 노동의 비용이 계속 내려가면서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질병이 모두 치료되고, 인류가 삶에서 목적을 찾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는 풍요로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우려는 전환기의 고통이다. 이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수억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직업으로 재교육받아야 하는 과정은 극도로 고통스러울 것이다. 이런 사회적 충격과 혼란이 10-20년간 지속될 수 있다.
물리적 작업이 필요한 직업들 - 외과의사, 벽돌공, 배관공, 전기기사 등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다. 하지만 위험에 처한 산업들이 장벽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 의사만이 약을 처방할 수 있다는 규정처럼, AI가 더 나은 성능을 보여도 규제로 막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인간 운전자보다 안전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음에도 규제 때문에 배포가 어려운 것과 같은 상황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
그렇다면 창업자나 미래의 창업자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첫 번째로, 최신 도구들을 계속 따라가야 한다. 지금 당장 완벽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임계점을 넘어 극도로 유용해질 것이다. 이런 도구들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은 몇 년간 지속될 우위를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많은 돈을 벌고 훌륭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인간의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B2B SaaS 회사는 궁극적으로 인간 개인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 모든 B2B 회사는 결국 소비자를 서비스하는 회사를 돕는다. 사람을 이해하고 문제를 발견하며, 사람들과 대화해서 그들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은 무언가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미래에서 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스킬이 될 것이다.
역사상 최고의 창업 시기
결론적으로, 지금은 인류 역사상 무언가를 처음부터 만들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AI로 인해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실현 가능해졌고, 법률, 교육, 의료 같이 과거에는 소프트웨어를 잘 사지 않던 산업들이 앞으로 5년간 변화할 것이다.
더 작은 팀으로 더 큰 일을 할 수 있고, 더 적은 자본으로 수익성에 도달할 수 있으며, 더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물론 5-1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과 앞으로 몇 년간은 창업자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의 시대가 될 것이다.
변화는 항상 두려움을 동반한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는 항상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왔다. 이번 AI 혁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변화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준비를 시작할 최적의 시기다.